예전에는 인물 촬영을 할 때 AF-S VR Zoom-Nikkor 70-200mm f/2.8G IF-ED를 자주 사용했다. 촬영 대상은 대부분 아마추어 모델이거나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었다. 어느 정도 포즈를 잡아주고, 촬영자와 피사체가 서로 호흡을 맞추는 촬영이었다.
그때의 AF-S VR Zoom-Nikkor 70-200mm f/2.8G IF-ED는 참 익숙하고 믿음직한 렌즈였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도 인물을 크게 담을 수 있고, 배경을 압축해서 피사체를 돋보이게 만들기 좋았다. 특히 135mm에서 200mm 사이의 화각은 인물 사진에서 실패 확률이 낮은 구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촬영 대상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찍는 인물은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다. 예전처럼 포즈를 잡고 찍는 사진이 아니라, 뛰어다니고 웃고 장난치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순간을 멀리서 담는 일이 많아졌다.
예전의 AF-S VR Zoom-Nikkor 70-200mm f/2.8G IF-ED가 ‘인물을 예쁘게 세워두고 찍는 렌즈’였다면, 지금의 TAMRON 70-180mm F/2.8 Di III VC VXD G2는 ‘아이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바라보는 렌즈’에 가깝다.
구매 목적: 자연스러운 표정을 찍고 싶었다
이 렌즈를 구입한 가장 큰 이유는 딸아이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담고 싶어서였다. 아이들은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 표정이 달라진다. 평소처럼 웃다가도 카메라를 보면 갑자기 의도적인 표정이 나오거나, 반대로 어색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아이가 카메라를 의식하기 전의 모습을 찍고 싶었다.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 공원에서 뛰는 모습, 무언가에 집중하는 표정 같은 것들 말이다.
처음에는 AF-S VR Zoom-Nikkor 70-200mm f/2.8G IF-ED에서 200mm가 TAMRON 70-180mm F/2.8 Di III VC VXD G2의 180mm로 줄어드는 것이 큰 차이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AF-S VR Zoom-Nikkor 70-200mm f/2.8G IF-ED를 사용할 때도 180mm 부근을 자주 사용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mm 차이는 숫자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딸아이를 찍어보니 생각보다 망원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이게 기억의 오류인지, 아니면 촬영 대상이 달라져서인지 처음에는 조금 헷갈렸다. 예전에는 180mm 정도만 되어도 피사체가 카메라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거리에서 촬영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딸아이를 찍을 때는 180mm 끝단에서도 생각보다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 것 같다.
먼저 아이는 성인보다 작다. 같은 거리에서 찍어도 프레임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표정까지 크게 담으려면 성인 모델을 찍을 때보다 더 가까이 가야 한다.
또 하나는 내가 원하는 사진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 모델 촬영에서는 피사체가 카메라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연스러운 포즈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딸아이 사진에서는 정말로 카메라를 잊은 순간을 찍고 싶다. 그러려면 단순히 프레이밍을 위한 거리보다 더 먼 거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느끼는 아쉬움은 단순히 180mm와 200mm의 차이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180mm가 짧은 렌즈라기보다는, 내가 딸에게서 얻고 싶은 거리감이 예전보다 더 멀어진 것 같다.
Nikon Z6에서의 색감
TAMRON 70-180mm F/2.8 Di III VC VXD G2를 Nikon Z6에 물려 사용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차이 중 하나는 색감이었다.
내가 오랫동안 기준처럼 사용해 온 렌즈는 NIKKOR Z 50mm f/1.8 S다. 거의 10년 가까이 50mm 단렌즈 중심으로 사진을 찍어왔기 때문에, 이 렌즈의 색과 느낌에 익숙해져 있다.
그 기준에서 보면 TAMRON 70-180mm F/2.8 Di III VC VXD G2는 색이 조금 더 진하게 올라오는 느낌이 있다. 특히 초록색 계열이 확실히 진하게 표현된다.
공원이나 나무가 많은 곳에서 딸아이를 찍으면 이 차이가 꽤 눈에 띈다. 잔디나 나뭇잎의 초록이 더 힘 있게 살아나고, 사진 전체가 조금 더 선명하고 진하게 보인다. 야외에서 뛰어노는 아이 사진에는 이런 색감이 장점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다만 초록이 많은 배경에서는 사진이 조금 강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인물보다 배경의 초록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서, 후보정할 때 녹색 계열의 채도나 대비를 살짝 낮추고 싶을 때가 있다.
NIKKOR Z 50mm f/1.8 S가 비교적 담백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라면, TAMRON 70-180mm F/2.8 Di III VC VXD G2는 조금 더 진하고 힘 있는 색으로 느껴진다. 어느 쪽이 더 좋다기보다는 성향이 다르다.
AF 속도는 만족스럽다
AF 속도는 마음에 든다. Nikon Z6에서 사용하면서 딸아이를 찍을 때 크게 답답하다고 느낀 적은 많지 않았다.
물론 아이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상황까지 스포츠 촬영처럼 완벽하게 따라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상적인 움직임,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 걷거나 뛰는 순간, 자연스러운 표정을 잡는 용도로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특히 이 렌즈를 구입한 목적이 ‘아이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잡는 것’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AF 성능은 기대한 만큼 해준다. 초점을 잡는 속도 때문에 중요한 순간을 놓친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무게: 70-200mm보다 가볍지만, 단렌즈 사용자에게는 여전히 묵직하다
TAMRON 70-180mm F/2.8 Di III VC VXD G2의 장점 중 하나는 확실히 무게다. 예전에 사용하던 AF-S VR Zoom-Nikkor 70-200mm f/2.8G IF-ED를 떠올리면 이 렌즈는 분명 가볍다. 망원줌을 들고 나간다는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최근 거의 10년 가까이 NIKKOR Z 50mm f/1.8 S 하나만 들고 다녔다는 점이다. 그 기준에서는 TAMRON 70-180mm F/2.8 Di III VC VXD G2도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
결국 이 렌즈의 무게는 비교 대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AF-S VR Zoom-Nikkor 70-200mm f/2.8G IF-ED와 비교하면 확실히 가볍다. 예전에 망원줌을 들고 다녔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 정도 무게는 꽤 고맙다.
하지만 NIKKOR Z 50mm f/1.8 S 하나에 익숙해진 몸에는 여전히 존재감 있는 렌즈다. 가볍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매일 들고 다닐 수 있는 렌즈는 아니고, 그래도 망원줌은 망원줌이다.
그래서 내 기준에서 이 렌즈는 항상 가방에 넣어두는 렌즈라기보다는, 딸아이를 조금 떨어져서 찍고 싶은 날 일부러 챙겨 나가는 렌즈에 가깝다.
180mm는 충분한가?
이 렌즈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아마 이것일 것이다.
AF-S VR Zoom-Nikkor 70-200mm f/2.8G IF-ED가 아니라 TAMRON 70-180mm F/2.8 Di III VC VXD G2여도 괜찮은가?
일반적인 인물 촬영이라면 180mm는 충분히 쓸 만한 화각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내 기억처럼 70-200mm를 쓰면서도 180mm 부근을 자주 사용했다면, 20mm 차이가 항상 크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 사진, 특히 아이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순간을 멀리서 잡고 싶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아이는 작고, 표정은 더 작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순간을 얻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더 멀리 떨어져야 한다.
그럴 때는 180mm가 가끔 짧게 느껴진다. 200mm였으면 완전히 해결됐을까? 그것도 확신할 수는 없다. 어쩌면 200mm도 부족해서 300mm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건 숫자 20mm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진과 거리감의 문제에 가깝다.
그래도 분명한 건 있다. 180mm는 짧은 화각은 아니다. 다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아이의 표정’을 담으려는 목적에서는 가끔 더 긴 망원이 생각난다.
결론
TAMRON 70-180mm F/2.8 Di III VC VXD G2는 AF-S VR Zoom-Nikkor 70-200mm f/2.8G IF-ED를 쓰던 사람에게 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렌즈다. 예전의 70-200mm보다 작고 가볍고, F2.8 고정 조리개의 장점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Nikon Z6에서 AF 속도도 만족스럽고, 아이 사진을 찍는 용도로도 충분히 믿고 사용할 수 있다.
색감은 NIKKOR Z 50mm f/1.8 S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진하게 느껴진다. 특히 초록색 계열이 강하게 올라오는 편이라, 야외 사진에서는 생동감 있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 다만 초록이 많은 배경에서는 조금 강하게 느껴질 수 있어 후보정에서 조절하고 싶을 때도 있다.
무게는 AF-S VR Zoom-Nikkor 70-200mm f/2.8G IF-ED와 비교하면 확실히 가볍다. 하지만 NIKKOR Z 50mm f/1.8 S 하나만 오래 들고 다닌 입장에서는 여전히 묵직하다. 이 렌즈는 가벼운 단렌즈처럼 매일 아무 생각 없이 들고 나가는 렌즈라기보다는, 망원줌이 필요한 날 기꺼이 챙겨 나가는 렌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180mm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180mm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70-200mm를 쓸 때도 그 부근을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딸아이를 찍다 보니 180mm가 가끔 짧게 느껴진다. 아이가 작아서이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사진이 ‘자연스러운 포즈’가 아니라 ‘카메라를 잊은 표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렌즈에 대한 내 결론은 이렇다.
TAMRON 70-180mm F/2.8 Di III VC VXD G2는 70-200mm의 완전한 대체품이라기보다는, 더 자주 들고 나갈 수 있게 만든 현실적인 망원줌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딸아이의 자연스러운 순간을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기 위한 렌즈다.